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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1. 법과 양심 그 사이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예전 사진을 꺼내 열어보았다.

추억이 새록새록하는데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의 사진 발견.

떄는 20130124

첫 학교 주변에 2년 동안 전세를 산 적이 있다. 결혼 전 부모님과 살던 동네이기도 하고

달동네였지만 재개발로 동네 경관이 바뀐 곳이었다. 겨울 방학식 후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있었는데

인터폰과 전화가 계속 울렸다. 급한게 아니면 나중에 오겠지 하고 무시하고 잤는데 멈추질 않았다.

시각은 6시 경. 피곤하고 약간 짜증나고 귀찮은 마음으로 인터폰을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의 경비 아저씨 "0000 차주 맞으시죠? 빨리 내려와 보세요. 큰일 났어요. 누가 차를 망가뜨리고 갔네."

내려가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이 되어 있었다.

첫 째를 키우려고 산 첫 패밀리 카여서 애지중지하며 탔던 차다.

그런 차가 산지 3년 정도 되었을 무렵인 어느 겨울 새벽에 범퍼를 뜯어 놓고 도주를 했다.

꿀 잠을 자다 깬 것도 너무 화가 나고 범퍼의 상태를 보니

모르고 갔다고 하기에 피해 정도가 커서

도망갔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관리실 CCTV를 보러 갔고

경찰도 불렀다.

그런데 문제는 CCTV화면 속 번호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두운 새벽이라 여러 대의 카메라의 녹화본을 앞뒤로 돌려

간신히 뒷 4자리를 추측해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차량이 아파트에 등록된 차량이 아니었던 것이다.

경찰 분께 뒷 4자리와 차종으로 수배를 내릴 수 있냐고 했더니

여기서 경찰 분께서 바쁘신 와중에 오셔서 그런지

약간 귀찮다는 투로 이웃끼리 잘 해결하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량 번호를 안다고 해도

등록된 주소로 경찰서로 오라고 편지를 보내도

당사자에게 전달이 안되면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의무교육을 받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는 집에

편지를 보내고 정원외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절차였다.

몸소 경험해 보았기에 일단은 CCTV를 다시 돌려보고

운전자가 몇 동에서 나오는지 보았다.

우리 동이었다.

그리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CCTV를 통해

대략적인 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워형 구조라 한 층에 5개의 호가 있어

집집마다 방문을 할 수 없어

CCTV 캡쳐 본과 위의 사진과 사연을 적어

이웃끼리 원만하게 해결하자고 연락처를 남긴 뒤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효과 만점

그 날 운전자가 퇴근하는 길에 바로 연락이 왔다.

어떻게 된거냐고 했더니

몰랐다고 했고 나중에 내려서 한 번 보시는 것 같더라 했더니

일이 바빠서 나중에 연락하려고 했더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한 태도에 몹시 짜증이 나서

보험처리를 하고 가능한한 최대한으로

비용 청구를 하고 싶었다.

나중에 연락이 와서 법인 차량이라 합의금 드릴테니

적당히 합의 보자고 해서

그냥 복잡하니 보험처리할게요라고 하고 말았다.

합의 과정에서 생길 스트레스가 싫었고

자기 유리하게 말을 바꾸는 사람을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뉴스에 문콕과 주차장 물피 도주 문제에 대해

많이 다뤘던 시절이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피도주에 대한 법이 만들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사회적인 이슈를 법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법을 만들어야만

도덕적 양심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모두가 피곤해지는 것은 아닐까?